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5.86% 폭락… 엔비디아·브로드컴·장비주 일제히 파란불
인공지능(AI) 기술의 지나치게 가파른 진화 속도를 늦추고 안전장치를 우선 마련해야 한다는 이른바 'AI 속도조절론'이 급부상하면서, 뉴욕증시에서 AI 반도체 종목들을 중심으로 거센 매도 폭풍이 몰아쳤습니다. 미국 증시의 반도체 풍향계 역할을 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무려 5.86%(692.72포인트) 급락한 11,131.28로 장을 마감하며 기술주 전반의 투자심리를 차갑게 얼어붙게 만들었습니다.
대장주인 엔비디아가 3.36% 하락한 것을 필두로 브로드컴(-4.77%), 인텔(-5.59%), AMD(-4.40%), 마이크론(-5.25%) 등 대표 반도체 칩 기업들이 일제히 큰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반도체 설계 전문인 마벨테크놀로지(-7.32%)와 글로벌 핵심 장비 공급사인 램리서치(-8.29%), ASML(-7.25%), SK하이닉스 ADR(-7.60%)까지 동반 폭락세를 연출하며 AI 인프라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깊은 하방 압력이 가해졌습니다.
아모데이·머스크의 경고와 MS의 새 지침… 빅테크는 '설비투자 부담 완화'에 반등
이번 급락세의 진원지는 업계 핵심 거물들의 '속도 조절' 경고였습니다.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가 블로그를 통해 AI 오용 위험을 경고하며 안전망 확보를 위한 개발 속도 둔화를 공식 촉구했고, 이에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가 전적으로 동의하며 시장의 긴장감을 키웠습니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MS) AI 연구진마저 '인간 중심'의 새로운 개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자, 시장에서는 AI 인프라 투자수익(ROI) 회수 시점이 지연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급속히 번졌습니다.
반면 데이터센터 구축과 AI 칩 구매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던 대형 소프트웨어 빅테크 기업들은 정반대의 주가 흐름을 나타냈습니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2.71%)와 구글 모회사 알파벳(+3.22%)은 오히려 강세로 마감했는데, 이는 AI 속도 조절이 현실화될 경우 그간 주가를 짓눌러온 천문학적인 자본지출(Capex)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결국 빅테크의 칩 구매 지출 감소 가능성이 반도체 섹터에는 악재로, 현금 보유 기업에는 비용 절감 호재로 작용하며 뚜렷한 주가 엇갈림을 낳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