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된 데이터센터 '0곳'인데 기업가치 69조 원?… 엔비디아는 4조 원 '베팅'
글로벌 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가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지원하는 데이터센터 개발업체 'SB에너지'에 15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며 총 30억 달러(약 4조 1,000억 원)의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습니다. 엔비디아는 향후 결정될 SB에너지의 기업공개(IPO) 공모가의 90% 수준으로 의결권 없는 N클래스 신주를 취득하는 조건으로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현재 미국 텍사스와 오하이오 등지에서 총 8.8기가와트(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건설 및 기획 중인 SB에너지는 오픈AI의 투자까지 유치하며 AI 인프라 시장의 거물로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월가의 시선은 예전 같지 않게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SB에너지가 아직 단 한 곳의 데이터센터도 실제 가동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500억 달러(약 69조 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기업가치를 제시했다는 점입니다. 회사는 2028년부터 20년간 약 608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수주잔고를 거둘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으나, 턱없이 높은 몸값에 대한 투자자들의 강한 의구심과 경계심이 증폭되면서 결국 이달로 예정되었던 나스닥 상장 일정이 전격 연기되었습니다.
전력난·환경 문제로 번진 회의론… 줄연기되는 인프라 상장과 엔스케일 '시험대'
이처럼 기세등등하던 AI 데이터센터 열풍에 제동이 걸린 배경에는 막대한 전력 소비와 환경 문제를 둘러싼 지역사회의 거센 반발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미국 전역에서 가정 내 논쟁거리이자 중간선거의 쟁점으로 떠오른 데이터센터 건립 반대 여론이 결국 월가의 투자 심리마저 옥죄고 있는 것입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오픈AI의 오하이오 데이터센터 리스 채무를 보증하는 데 최대 1,450억 달러(약 145조 원)를 투입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생태계 전반에 공격적으로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시장 전체의 우려를 단번에 잠재우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 여파로 다른 핵심 인프라 기업들의 증시 입성도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원자력 에너지 기업 홀텍은 데이터센터 개발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상장을 무기한 중단했으며, 전력회사 아그레코 역시 상장 일정을 뒤로 미뤘습니다. 묻지마 지지를 보내던 AI 업계에 이례적인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시장의 시선은 다음 달 상장을 앞둔 데이터센터 개발업체 '엔스케일(EnScale)'로 향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AI 수요는 여전히 확고하지만, 까다로워진 월가가 AI 인프라 기업의 실제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지 가늠하는 중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