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비껴간 美 자회사 아이브레스… 동남아로 블랙웰 30억 달러 수출 미국의 촘촘한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망에 또다시 거대한 구멍이 뚫렸습니다. 미국의 제재 명단(엔티티 리스트)에 올라 있는 중국 최대 서버 제조업체 인스퍼(Inspur)가 제재 대상에서 교묘하게 제외된 자사의 미국 자회사 '아이브레스(Aivres)'를 앞세워, 지난 2024년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무려 56억 달러(약 7조 5,000억 원) 규모의 첨단 기술을 동남아시아로 우회 수출한 정황이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폭로되었습니다.
이 우회 수출 물량 가운데 30억 달러 이상이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칩인 '블랙웰(Blackwell)'이 탑재된 컴퓨터와 관련 장비인 것으로 확인되어 큰 파장을 낳고 있습니다. 이렇게 동남아시아의 데이터센터로 흘러 들어간 막강한 컴퓨팅 장비들은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등 중국의 거대 빅테크 기업들에게 고성능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고스란히 사용되며 사실상 미국의 제재를 완벽하게 무력화하고 있습니다.
원격 클라우드 규제 허점 노출… 수상한 협력사 '매그인프라' 이러한 막무가내식 우회가 가능한 이유는 미국의 현행 수출 통제 규정이 지닌 근본적인 맹점 때문입니다. 미국은 첨단 AI 칩이 중국 본토로 '직접 물리적 수출'되는 것은 엄격히 차단하고 있지만, 중국 기업들이 동남아 등 해외 데이터센터에 구축된 칩의 컴퓨팅 성능을 '원격 클라우드'로 이용하는 것은 제대로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이전 정부의 해외 데이터센터 원격 이용 제한 규제마저 철회하면서 이 틈을 탄 중국의 컴퓨팅 파워 싹쓸이가 가속화되는 모양새입니다.
이와 더불어 인스퍼 본사 인근에 위치한 '매그인프라'라는 업체가 최근 6개월간 말레이시아를 거쳐 7억 달러 이상의 고성능 AI 서버를 중국으로 대거 들여온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습니다. 서류상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인스퍼와 촘촘한 인적 네트워크로 얽혀 있는 이 업체는, 심지어 올해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엔비디아 H200 칩 구매 허가까지 받아낸 것으로 알려져 미국의 대중국 첨단 기술 차단망이 사실상 실효성을 잃었다는 뼈아픈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