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에서 추론으로" 엔비디아, '그록' 품고 중국 시장 재진격… 한국 반도체의 명암은?
"학습에서 추론으로" 엔비디아, '그록' 품고 중국 시장 재진격… 한국 반도체의 명암은?
미국의 강력한 수출 규제라는 거대한 장벽 앞에서도 엔비디아는 결코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AI 시장의 핵심 축이 막대한 자원을 소모하는 '학습(Training)'에서 실제 결과물을 내놓는 '추론(Inference)'으로 이동하는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를 틈타, 규제의 틈새를 파고드는 새로운 우회로를 개척하며 중국 시장으로의 재진격을 선언했습니다.
159조 원 '추론 시장' 정조준… 비밀병기 '그록(Groq)'의 귀환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AI 추론 시장은 올해 약 159조 원에서 2030년 383조 원으로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됩니다. 챗봇의 답변 하나, 자율주행차의 차선 인식 한 번이 모두 추론 연산인 만큼 그 잠재력은 무궁무진합니다. 이 거대한 시장을 완벽히 장악하기 위해 엔비디아는 지난해 추론 전문 스타트업 '그록(Groq)'의 핵심 자산을 170억 달러에 라이선스 방식으로 전격 흡수했습니다.
엔비디아는 이번 GTC 2026에서 그록의 압도적인 고속·저전력 LPU(언어처리장치) 기술을 집약한 새로운 칩 라인업을 선보였습니다. 놀라운 점은 이 칩이 단순히 규제를 피하기 위한 '다운그레이드' 제품이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의 허가를 정식으로 받아 화웨이와 바이두 등 중국 기업들이 선점한 현지 추론 시장을 정면으로 타격할 강력한 무기라는 사실입니다.
젠슨 황 "오픈클로는 제2의 챗GPT"… 중국 증시 대폭발
하드웨어의 진격과 발맞춰 소프트웨어 생태계에서도 엄청난 지각변동이 일어났습니다. 젠슨 황 CEO가 중국의 자율형 에이전트 플랫폼인 '오픈클로(OpenClaw)'를 향해 "확실히 차세대 챗GPT가 될 것"이라는 극찬을 남긴 것입니다. 사용자의 지시를 스스로 이해하고 예약이나 코딩 등 복합적인 과제를 수행하는 이 플랫폼의 잠재력을 세계 최고 기업의 CEO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입니다.
이 발언의 파장은 엄청났습니다. 홍콩과 상하이 증시에서 미니맥스, 지푸 AI, 유클라우드 등 오픈클로 관련 중국 AI 주식들이 하루 만에 최대 29%까지 폭등하며 일제히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습니다. 텐센트, 알리바바 등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이 앞다투어 자사 서비스에 오픈클로를 통합하면서, 이른바 '바닷가재(Lobster)' 열풍이 중국 대륙을 휩쓸기 시작했습니다.
'삼전·닉스'엔 호재, 팹리스엔 위기… 엇갈리는 韓 반도체 명암
엔비디아의 이러한 행보는 한국 반도체 업계에 뚜렷한 명암을 던집니다. 우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는 초강력 '청신호'가 켜졌습니다. 추론 단계에서는 초고속·저지연 메모리가 필수적이라 HBM(고대역폭메모리)의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시장의 기대감을 반영하듯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아시아 증시에서 9% 가까이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자체 AI 가속 칩 개발로 틈새시장을 노리던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들에게는 생존 경보가 울렸습니다. 엔비디아가 그록의 혁신적인 설계 기술까지 흡수하며 추론 시장의 소프트웨어 생태계마저 완벽하게 통제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누가 더 빠르고 저렴하게 실행하느냐"의 치열한 추론 전쟁에서,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엔비디아 공급망 내에서 얼마나 탄탄한 입지를 다지느냐가 향후 한국 반도체의 생사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